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아버지 하늘에서 보고 계시나요' 양궁 대표팀 맏형 박경모 부친 두달전 암으로 사망

한국 남자 양궁이 올림픽에서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하는 순간 마지막 활시위를 당겼던 박경모는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박하용씨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그에게 정신적 지주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암과 투병하다 올림픽을 3개월 채 남기지 않고 6월 10일 64세를 일기로 숨졌다. 아들이 올림픽 2관왕에 오르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숨진 것에 충격 받아 박경모는 한 달 가까이 활을 놓았다. 박경모는 1993년 세계선수권대회와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뒤에도 7년여 동안 긴 터널 속에서 방황했다. 번번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고 국내 대회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양궁 선수 중에서도 성격이 예민한 편인 데다 활을 쏠 때 시간을 넉넉히 쓰면서 오래 생각하는데 이런 점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었다.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아버지는 조용히 아들을 지켜보며 성원했다. 박경모는 2001년 국가대표에 다시 뽑히면서 성숙해진 기량을 선보였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다. 자신을 열렬히 응원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매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경모에게 이번 베이징 대회는 마지막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 이후 은퇴해 코치로 변신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11일 열린 단체전에서 어려운 고비에 몰릴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이며 이끌었다. 장영술 남자대표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필드 안에서 감독 역할을 해준 박경모가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2008-08-11

[베이징 2008] 한국 양궁 남자 단체 3연패 위업, 3발 남기고 199-199 '숨막혔다'

한국 남녀 모두 세계 최고의 신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여자 단체가 올림픽 6연패의 위업을 이룬 데 이어 남자 단체도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11일 베이징 올림픽그린 양궁장.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2위 이탈리아. 임동현(22) 이창환(26) 박경모(33)가 나섰다. 한국은 기세 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1엔드 첫 세 발을 10점에 명중시킨 반면 이탈리아는 첫 두 발은 10점에 꽂았지만 올림픽에 처음 나온 마지막 사수 마우로 네스폴리가 7점을 쏘며 흔들렸다. 2엔드 첫 세 발도 또다시 30점 만점. 한국은 2엔드까지 117-111 6점 차로 앞서며 싱거운 승부가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추격은 무서웠다. 이탈리아는 3엔드에서 59점의 높은 점수를 쐈고 한국은 55점으로 주춤하며 점수차가 좁혀졌다. 4엔드 첫 3발에서 한국 선수 세 명은 나란히 9점에 그친 반면 이탈리아는 마르코 갈리아조 마우로 네스폴리가 10점을 적중시켜 199-199 동점이 됐다. 마지막 3발의 화살로 금메달을 가리는 피 말리는 순간이 됐다. 이탈리아가 먼저 쐈다. 첫 주자 일라리오 디부오 9점 갈리아조는 10점을 쏘며 한국을 압박했다. 그렇지만 마지막 주자 네스폴리가 쏜 화살이 빨간색 표적지 7점에 꽂혔다. 이탈리아 응원단에서는 한숨이 쏟아졌다. 이탈리아는 225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첫 주자 임동현이 9점을 쏘고 두 번째 이창환이 10점에 명중시켰다. 마지막 박경모가 8점 이상만 쏘면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박경모는 9점을 적중시키며 '대~한민국' 함성이 양궁장을 메아리치게 했다. 227-225 2점 차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장영술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글썽이며 "너무 힘들었다. 주장인 박경모가 많은 도움이 됐다. 박경모가 경기장 안에서 후배를 잘 이끌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엔드에서 10점을 맞힌 이창환은 "연습 경기를 할 때 마지막 엔드 동점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많이 했다. 동점이었지만 긴장이 안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6개월에 걸쳐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궁사를 선발한다. 치열한 경쟁을 거친 선수들을 대상으로 외국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신력 훈련을 시킨다. 단체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실력이 고르고 위기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비결이다. 이탈리아의 마지막 선수가 긴장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멸한 반면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강철 심장을 보여줬다. 베이징=한용섭 기자

2008-08-1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